뒷마당의 느티나무가 죽은 년이 넘었다. 3 나무였는데, 뒤쪽으로 빌라가 들어서고 바로 옆에 콘크리트 건물이 서자 몸살을 앓다가 수명을 다했다. 집은 낡았지만 마당도 있고 아름드리 나무가 있다는 이유로 세를 들었는데 하늘이 휑해졌다.

    

둥근 밑동은 남아 있어서 위에 앉아 책도 읽고 글도 쓴다. 중심부는 변색되기 시작했으나 도끼로도 캐낼 없는 견고함이 아직 살아 있다. 묵직하고 단단한 느티나무답다.

    

독일의 친환경 연구가 페터 볼레벤이 너도밤나무 보호구역을 걷다가 이끼로 뒤덮인 작은 바위를 발견했다. 모양이 특이해 이끼를 들춰 보니 바위가 아니라 수령이 오래된 나무의 그루터기였다. 그런데 그루터기 중심부는 완전히 썩어 부식토로 변해 있었지만 껍질은 매우 단단했다. 주머니칼로 조심스럽게 벗겨 보니 놀랍게도 연두색 층이 나타났다. 테두리는 살아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에 잘렸음에도 그토록 장기간 유지할 있는 이유는 이것이었다. 주변의 나무들이 그루터기의 뿌리에 자양분을 공급했던 것이다. 뿌리 끝을 감싼 균류를 통해 그렇게 했을 수도 있고, 뿌리들이 뒤엉켜 하나로 결합되었을 수도 있었다. 어떤 경우인지는 모르지만 주변의 너도밤나무들이 그루터기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했을까? 자신의 소중한 영양분을 경쟁자가 수도 있는 다른 나무와 나누는 걸까? 볼레벤은 <나무의 비밀스러운 (Das geheime Leben der Bäume)>이라는 저서에서 말한다.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나무들도 함께하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로 영양분을 나누지 않으면 나무들은 빨리 죽을 것이고, 죽은 나무는 금방 썩어 숲에 구멍들이 뚫릴 것이다. 그러면 폭우가 내리거나 폭풍이 불면 옆의 나무들도 쉽게 쓰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나무는 서로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병들거나 잘린 개체가 있으면 지원을 하고 영양분을 공급해 최대한 오래 버티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유리하다. 애정의 강도, 결합의 정도가 강한 숲일수록 오래 존속한다.

    

잘린 나무의 그루터기를 보살피는 우정은 너도밤나무 말고도 참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 더글러스소나무 거의 모든 나무 종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레멘은 설명한다. 숲이나 산을 걷다가 발견하는, 잘린 오래되었는데 살아남은 밑동은 그런 우정과 상호 연결의 결과인 것이다.

    

나무들의 세계나 인간 삶의 여정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나의 숲에서 뽑아 버린 사람들의 구멍이 안에 많을수록 역시 인생의 폭풍우에 쉽게 쓰러진다. 그것이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삶이 주는 가르침이다. 타인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를 지탱해 주는 것은연결이다. 연결은 잘린 부분을 치유해 준다. 하버드대학의 성인 발달 연구 팀이 75년간 하버드대 졸업생 268명의 인생을 추적해 밝힌 행복한 삶의 비밀 번째가다른 사람과의 연결이다. 연결이란, 자신의 깊은 힘과 타인의 절실한 필요가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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