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에 관한 이야기 

DSM-5 진단명 : 정신분열스펙트럼 및 정신증적 장애 (Schizophrenia Spectrum and Other Psychotic Disorders) 


K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이 앓고 있던 병으로 유명한 조현병은 몇 년전까지만 해도 정신분열증이라는 표현으로 더 많이 불리웠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는 조현병과 뚜렛증후군과 같은 마음의 병을 주변 누구에게도 생길 수 있고, 편안하고 자유롭게 표현했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꺼려왔던 세상의 편견을 깨는 데에 도움을 줬다는 생각에 너무나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조현병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유는 거문고와 같은 현악기를 다룰 때 그 줄을 적당히 당겨 조율하는 것에서 나왔다. 즉, 신경계나 정신 조율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생기는 병이라는 의미이다. Schizophrenia는 그리스어에서 기원한 것으로 분리를 의미하는 'schizo'와 마음이라는 의미의 'phrenia'의 조합이다. 즉, 마음이 분리된 상태를 뜻한다. 정신이 분열되었다는 정신분열증이라는 표현보다 조현병이 더 나은 듯하다. 


나도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함께 일했던 J씨는 갑작스럽게 이상한 행동과 말들로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단절되고 오해를 받았다.  자신이 엄청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국정원과 삼성에서 자신을 미행하고 납치하기 위해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뒤에 자신을 쫓아오는 사람들, 자신을 향해 수군덕 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은 늘 실수만발이었고, 거짓말로 모든 일을 무마하려는 것 같이 보였다. 병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우리에게 그의 이야기는 술자리 안주거리일 뿐이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임상심리를 공부하며 그가 조현병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극히 평범하던 사람의 갑작스러운 변화. 함께 일했던 사람들 중 한명이라도 조현병에 관한 지식이 있었다면 그를 그저 멀리하거나 그에게 화내고 손가락질 하기보다 마음의 병을 위로하고 또 치료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더욱 이러한 정신병이 더이상 특별함으로 보여져서는 안되고 우리 주변 누구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알리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조현병은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에 따라 '전구기', '활성기', '잔류기(회복기)'의 3단계로 구분한다. 

'전구기'는 발병 또는 재발의 조짐이 보이는 시기 / '활성기'는 정신분열증의 주요 증상이 심한 양상을 보이는 시기 / '잔류기(회복기)'는 정신병 증상이 다소 남아있으나 그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시기를 말한다. 


DSM-5에서는 정신분열스펙트럼 및 정신증적 장애 (Schizophrenia Spectrum and Other Psychotic Disorders)를 

분열형(성격)장애 또는 조현형(성격)장애 (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

망상장애 (Delusional Disorder) 

단기 정신증적 장애 또는 단기 정신병적 장애 (Brief Psychotic Disorder) 

정신분열형 장애 또는 조현양상장애 (Schizophreniform Disorder) 

정신분열증 또는 조현병 (Schizophrenia) 

분열정동장애 또는 조현정동장애 (Schizoaffective Disorder) 등

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정신분열증 또는 조현병의 진단 기준

다음 중 2가지 이상이 1개월의 기간 (또는 성공적으로 치료된 경우 그 이하의 기간) 동안 상당 부분의 시간에 나타난다. 다만, 이들 중 하나는 망상, 환각 또는 와해된 언어여야한다.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심하게 와해된 행동 또는 긴장증적 행동/ 정서적 둔마나 무욕증과 같은 음성증상들) 

장해가 시작된 후 상당 부분의 시간동안 직업, 대인관계 혹은 자기관리와 같은 주요 영역 중 한 가지 이상에서 기능 수준이 장해 이전 성취된 수준보다 현저히 저하되어 있다.

장해의 징후가 최소 6개월 동안 지속된다. 이러한 6개월의 기간에는 최소 1개월(또는 성공적으로 치료된 경우 그 이하의 기간)의 진단기준 1을 충족시키는 증상들(즉, 활성기 증상들)을 포함해야하며, 전구기 또는 잔류기를 포함할 수 있다. 이 경우 전구기 또는 잔류기 동안 장해의 징훈ㄴ 음성증상만 있거나 진단기준 1의 증상들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약화된 형태(기이한 믿음, 흔치않은 지각적 경험들)로 나타날 수 있다. 

분열정동장애(조현정동장애)와 정신증적 특성을 가진 우울 또는 양극성 장애는 배제된다. 그 이유는 첫째, 주요 우울증 삽화나 조증 삽화기 활성기 증상들과 동시에 나타나지 않거나 둘째, 기분 삽화가 활성기 증상동안 일어난다고 해도 병의 활성기와 잔류기의 전체 기간 중 짧은 기간동안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해는 물질(남용약물, 치료약물)이나 다른 의학적 상태의 생리적 효과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아동기 발병한 자폐스펙트럼 장애나 의사소통장애의 병력이 있는 경우, 정신분열증의 진단에 요구되는 다른 증상에 더해 현저한 망상이나 환각이 최소 1개월(또는 성공적으로 치료된 경우 그 이하의 기간) 이상 나타날 경우에만 정신분열증의 추가적인 진단이 내려진다. 



조현병의 원인적 요인

     1. 생물학적 요인 

부모나 형제자매 등이 정신분열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

6번, 22번 유전자의 이상 또는 유전자와 환경적 요인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한 경우

뇌의 구조적 이상으로 정상인에 비해 뇌실의 크기가 크고 뇌 피질의 양이 적은 경우

뇌의 기능적 이상으로 뇌의 전두엽 피질에 신진대사 저하가 나타나는 경우

뇌의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는 경우 

태내 조건이나 출생시 또는 출생 직후 문제가 있는 경우

   2. 심리적 요인

지적 활동을 위한 주의기능에 장애가 있는 경우

정보의 과다로 부적절한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심리적 혼란을 경험하는 경우 

주의의 폭을 과도하게 확대하거나 반대로 축소함으로써 외부자극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인지적 기능에 결함이 있거나 작업기억이 손상된  경우

자아가 통합되기 이전에 자아경계가 붕괴되거나 자폐적 단계로의 퇴행이 이루어지는 경우 

  3. 가족 및 사회환경적 요인 

부모가 자녀의 감정적 태도에 무감각하거나 거부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문제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

부모가 자녀에게 과잉보호나 자기희생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문제증상을 유발하는 경우

부모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상반된 의사나 지시를 표명하여 문제증상을 유발하는 경우

가족 간 갈등이 심하거나 부정적인 감정표현이 잦은 경우

부부관계가 편향적이거나 분열적인 양상을 보임으로써 부모 일상이 자녀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자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경쟁하는 경우

사회, 경제적으로 열악한 계층이 사회적인 스트레스와 부당한 대우 등으로 인해 좌절을 경험하는 경우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진단 기준과 원인적 요인에 대해 소개해보았다. 아이엄마라서 그런지 다양한 요인들 중 다소 놀라웠던 것은 조현병의 주요 증상인 빈번한 환청이나 망상으로 누군가에게 조종받고 있는 듯한 모습을 띄는 것이며, 그 요인에 성장과정에서 일관성 없는 부모의 양육방식이나 부부간의 갈등, 지나친 보호나 잘못된 감정 대응에서 초래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점점 더 많은 것이 아이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사회가 더욱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음 글에서는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증상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증상 <- 클릭하면 해당 포스팅으로 이동합니다. 


분명 섣불리 판단되거나 진단되어서는 안되는 병임은 틀림 없다. 하지만 주변 누군가 마음의 병으로 힘들어할 때 그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사회에 복귀해 일상생활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정신과 의사 뿐만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참고서적: (주)시대고시기획 임상심리사 2급 실기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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