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1월의 어느 날 작성한 글 - 

강의 컨텐츠와 같은 삶을 살지 않아 고민하는 강사들을 위해.. 


방학을 맞아 또 병이 도졌다. 또 8주간의 교육과정을 신청해버렸다. 

늘 느끼지만 난 참... 과정을 잘 선택하는 것 같다 ㅋㅋ 이번 과정도 성공적이다. 

또다시.. 오래간만에 느끼는 '강사다운,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심장이 다시 뛴다^^ 

 

지금까지 나는 '차별화'를 위해서는 '남과 전혀 다른 시각'을 가져야한다고 외쳐왔다. 하지만 강사님은 '완전히 달라서는 안된다'라고 말씀하신다. 완전히 다른 것은 거부감을 줄테니까. 

생각해보니 '완전히 다른 시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을 말하더라도 '다른 접근' 자체가 중요한 듯하다.

성공을 말하려고 성공학 책을 읽기보다는 영화를 보고, 디스커버리 채널을 보고, 광고에서 성공 전략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소통을 말하려면 소통만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경제를 말하려면 경제학책만 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간 알고 있었지만 깨닫지 못했던 것, 머리로는 아는 것 같았지만 내 입으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 투성이다. 

 

강사님을 본받아 과제를 하기 전 영화 한 편을 보기로 마음 먹었다. 

마침 '골 때린다'며 추천받은 영화가 기억나 파일을 열어보았다.  

'우린 액션배우다'

 

스턴트맨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영화관에 상영될 2008년 당시엔 어떠했을지 모르겠으나 

내가 너무나 홀릭되어있는 까도남 현빈님이 출연 중인 시크릿가든에서 이미 스턴트 세계에 대해 접해서인지 낯설지 않았다. 

얼핏보니 헤이리 액션스쿨도 같은 장소! 

 

내레이션이 골때린다.  남녀탐구생활의 그것을 능가한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여성의 내레이션을 모조리 적어 강의 때 써먹고 싶은 충동을 마구 느꼈다. 

(지금 이 글이 다른 글보다 살짝 거친 이유도.. 아마 그녀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ㅋㅋㅋ)

'골 때림'만으로 이 영화를 표현하기엔 나름 교훈을 주는 점도 많다. 

(그건 각자 보고 찾으시길ㅋ) 

 

사실 액션배우의 삶 속에 담긴 의미를 보다 더 강렬하게 전달해 준 것은 시크릿가든 쪽인 것 같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험한 일을 왜 하냐는 김주원에게 

자신의 동료들을 한사람 한사람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길라임이 내뱉는 

"이 사람이 나를 기억하고, 이 사람이 나를 기억해. 그리고 내가 이 사람들을 기억해. 

너는 다쳤을 때, "니가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말해주는 동료도 없잖아"

이런 멋진 대사 따위는 이 영화에서 나오지 않는다 ㅋㅋ 

똑같이 액션 감독이자 그들의 선배였던 지중현 감독의 죽음을 말하지만 

'2007년 영화 촬영중에 돌아가신 지중현 선배님이시다. .... (어쩌구저쩌구) ..

알다시피 우리가 하는 일은 부자가 되는 일도 유명해지는 일도 아니다.

우리 선배들은 너희에게 노하우를 줄 수는 있어도 돈과 명예를 줄수는 없다. 

누군간 우리를 엑스트라라고 부르고 누군간 우리를 스턴트라 부르지만 우린 그 누가 뭐래도 액션배우다.

그 유일한 자부심이 우리가 가진 전부이다. 

하지만 그 자부심때문에 우리는 불구가 될 수도 있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이 길에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그만둬도 좋다....'

이 얼마나 알흠다운 멘트인가.

허나 선배의 죽음 이후 몇 명이 스턴트맨을 그만두었다는 멘트 뿐, 역시 이런 멋진 대사 따위는 이 영화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레알(REAL)은 '우린 액션배우다'에 있다. 

'그들의 언어'로 '그들이 말 할 때'에는 굳이 멋드러지게 꾸며진 멘트와 상황상황마다 적절히 흘러나오는 음악 배경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구수하게 흘러나오는 그들의 사투리와 농담조의 욕설에서도, 논리정연하지 않은 말솜씨에서도, 

거친 외모와 달리 수줍고 순수한 그들의 눈빛만으로도 꾸미지 않은 잔잔한 감동이 묻어난다.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쳐야하는 강사의 강의도 그러해야할 것이다. 

잠시 보고 들은 '괜찮은' 남의 이야기를 멋지게 미화시키는 것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필요하겠지만)

그저 나라서 이야기할 수 있는, 레알 강의를 해야할 것이다. 

 

강사의 딜레마이다. 

서비스를 강의하지만 서비스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 

취업 강의를 하지만 채용을 해본 적 없는 사람. 

행복을 강의하지만 참지못할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 

그래서 혹자는 강사의 강의를 '쇼맨십'에 비유하기도 한다.

강사에게 고객만족을 들을 땐 콧방귀를 끼게 되지만, 고객만족으로 부자가 된 사람의 강의에는 열광한다.

디테일한 취업 스킬까지 알려주는 취업 강사의 백마디 말보다 채용담당자의 한마디 코멘트가 더욱 절실하다. 

웃음의 중요성, 긍정의 마인드, 행복해지는 법을 강의하는 사람보다 긍정의 마인드로 암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가 더욱 감동적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고 서비스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늘 고객이었으니까. 

채용을 안해봤다고 취업 스킬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채용담당자들보다 더 많은 취업 준비생을 만났으니까. 

행복을 강의한다고 꼭 강사의 삶이 100프로 행복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아픔이 없으면 행복도 모를테니까.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으니 교육생들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면 된다는 것이다. 

액션배우의 세계를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접근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알고있지만 깨닫지 못한 것. 보고 있지만 보지 못한 것. 

아하! 싶은 그런 골때리는 강의를 만들어야할 것이다.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보다 '누가 이야기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만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 또한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린 액션배우다'에서 다 말하지 못한, 그들이 미처 표현해내지 못한 메시지가 '시크릿 가든'에서 표현된 것처럼. 

주연 배우들의 뒤에서 조명받지 못한 액션 배우들의 이야기가 '시크릿 가든'에서 더욱 재조명되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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