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놀이가 왜 중요할까? 라고 물으면 너무 당연한 것이라 여겨온 탓에 막상 답을 하기 어렵다. 그냥 아이니까? 간접 경험이니까? 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아동상담에서 말하는 아이들의 놀이의 역할을 살펴보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놀이는 감정발산의 수단이다. 

아이가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 속으로 느꼈던 증오와 두려움을 놀이를 통해 발산하는 것은 마치 성인이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 

어느 날 아이가 '나는 마귀다! 나는 괴물이다!'라고 말하며 '나쁜 역할'을 고집할 때가 있다. 흔히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아이를 잘못키웠나? 왜 갑자기 나쁜 행동을 할까?'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놀이를 통해 자신의 숨은 감정을 발산하고 표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의 놀이를 보며 성인들이 만들어둔 잣대로 도덕성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를 해하거나 자신을 위험하게 만드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쁜 역할 또한 지켜봐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이가 '나쁜 역할'을 한다는 의미는 이미 '역할놀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놀이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거나 발산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이 나쁜 역할 연기를 하고 있더라도 불안한 마음이나 부모로서의 죄책감으로 그것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 아이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나쁜 역에 몰입해있다면 지혜롭게 "괴물놀이가 끝나면 다시 착한 엄마 딸로 돌아와줘~"라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2. 놀이는 자신의 갈등 및 생각과 행동의 다양한 표출이다. 

놀이 중인 아이를 관찰해보면,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환경에 대처해 나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도 놀이가 진행됨에 따라 갈등적 행동이 줄어들고 점차 안정된 행동 양식을 갖추게 된다. 유치원 원장인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이들에게 소꿉놀이를 시켜보면 그 가정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빠는 어떤 모습인지, 엄마는 어떤 모습인지, 그 상황에 아이는 어떠한 행동으로 그 상황들을 대처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놀이는 다양한 어려움이나 갈등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고 그것을 표출하는 것이다. 


3. 놀이는 의사소통의 매체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사표현을 한다. 특히 아동의 놀이를 통한 자기표현은 상담자 앞에서 놀이를 하는 동안 아동이 상담자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놀이의 내용 및 방식은 상담자에 대한 의사소통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담 장면이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놀이를 하는 동안 다양한 역할로 아이들에게 대화를 시도하면 그동안 부모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손인형을 사용하여 엄마의 목소리가 아닌 손인형의 목소리로 대화를 시도해보자.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준다면 아이는 자신이 부끄러워서, 혹은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