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정리 


 미니멀 육아를 시작한다고 말하고나서 장난감 없이 놀아주기는 시도 했어도 장난감 정리는 제대로 시도를 못했다. 장난감을 정리하려면 버리기가 우선인데 그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쓰는 장난감이 분명 있는데 버리려면 '날을 잡고' '아이가 없는 시간'에 한다. 날을 잡아야하는 이유는 한번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모르기때문이고, 아이가 없는 시간에 버려야하는 이유는 엄마들은 잘 알 것이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평소에 가지고 놀지도 않았으면서 누구를 준다거나 버린다고 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장난감에 없던 애정을 보이기때문이다. 아무튼 장난감 정리의 핵심인 버리기를 시작 했다. 정리 대상은 고장나서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고치면 잘 사용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한다.) 연령에 맞지 않아 더이상 흥미를 보이지 않는 장난감, 찢어지거나 낙서가 많아 읽기 힘들어진 책, 연령에 맞지 않는 책, 원에서 주기적으로 받아와 쌓여만 가는 교구들, 짝이 없거나 너무 많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여기저기 흩어져 제 역할을 못하는 장난감들이다. 


장난감 정리 before장난감 정리 after


버리고 보니 마대자루 하나와 50리터 쓰레기 봉지를 가득 채웠다. 버릴 때마다 느끼는건 '어디서 그 많은 것들이 나왔는가. 뭘 그리 많이 쟁여두고 살았는가.' 정리를 하며 생각한 것은 아이 셋 엄마에게 미니멀 육아는 참 쉽지않은 것이란 생각을 했다. 각각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책과 장난감이 다양해 남들보다 더 많은 양을 가지고 살게 된다는 것이다. 20개월 터울의 아이들에게 같은 책을 보라고 할 수만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미니멀리즘은 언제쯤 가능할까 의문이다. 


 큰 아이 수준에 맞는 책과 놀잇감은 키에 맞춰 가장 높은 곳에 두고, 자주 사용하거나 세 아이 모두 즐겨 사용하는 장난감과 책은 아래로 두었다. 정리하기 애매하거나 지저분하지 간혹 사용해 분류가 어려운 것들은 책상 아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모아두었다. 전집을 좋아하진 않지만 정리를 하고 보니 나란히 꼽힌 책 덕에 좀 정리가 되어보인다. 너무나 좋아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높이도 폭도 제각각이어서 정말이지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자리를 바꿔도 정리가 되어보이지 않는다. 버릴 때마다 가장 고민되는 것은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며 만들어온 작품들이었다. 소중하지만 오래두고 볼 것은 아니다. 의미가 있지만 자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금방 망가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니멀리스트들은 이런 소중하지만 관리하기 어려운 것들을 어찌하나 책을 찾아보니 사진을 찍어 파일로 모아두는 방법을 추천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쌓이면 또 정리를 하고 책으로 만들어 남기는 방법을 추천하기도 했다. 


미니멀 육아를 실천하는 만큼 모두 가져다 버리고 싶다. 하지만 모든 장난감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유독 아이가 애정하는 물건들을 엄마가 독단적으로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아이도 즐겁게 놀던 장난감들과 건강한 이별을 할 마음의 준비를 도와준 후에 버리는게 더욱 정서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미니멀 육아는 결국엔 아이들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엄마의 의사일 뿐 아이들과 합의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장난감이 없어진 후의 아이들의 놀이는 가치롭고 더욱 창의적일 것이지만 모든 장난감을 없애기 위해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저자 수클리볼드 / 역자 홍한별 
출판사 반비 
출판일 2016.07.15

원저 A Mother's Rockoning 


참으로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 책장을 열었다. 1999년 4월 20일, 아직도 생생히 기억되는 뉴스다. 미국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3명이 사망했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가해자 두명은 그 자리에서 자살을 했다. 이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의 엄마가 써내려간 이 책은 읽는 내내 엄마인 나의 가슴을 후벼팔만큼 그녀의 후회와 슬픔, 사랑과 절망의 감정들이 너무나 섬세하고 짙게 표현되어 읽는 내내 마치 내 아이가 저지른 사건인양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청소년기의 감정, 자살 충동과 우울증, 가해자의 가족에 대한 태도 등 더 깊게 고민하고 싶은 내용이 많은 책이지만 이 글에서 '완벽한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그녀를 인터뷰한 심리학자 앤드루 솔로문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의 결함이 드러나면 언제나 사람들은 모두 부모를 비난해 왔다 (중략)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부모의 태도나 행동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살인범이 자라난 가정을 들여다보면 부모가 저지른 잘못을 대번에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중략) 범죄가 부모탓이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는 데 첫째로 심한 학대와 방치를 겪었을 때 취약한 사람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로, 범죄가 부모 탓이라고 믿고 싶은 강력한 이유는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집에서는 아이에게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으니 이런 재앙을 겪을 위험이 없다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런데 두사람은 정말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설 무렵에는 콜럼바인 학살을 일으킨 정신이상은 어느 가정에서라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 내 아이를 이토록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로 키우지 않겠지, 부모는 뭘 잘못한 걸까?'라는 생각으로 글을 읽어내려갔지만 딜런의 엄마는 사랑이 많고 바른 사람이었다. 또 섬뜩할 만큼 딜런의 어린 시절은 나의 첫 째 아이의 모습과 같았고, 나의 조카의 모습, 내 주변 아이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아이도 그럴 수 있겠구나하는 두려운 마음으로 바뀌었다. 


17살 아이를 키우고 아이를 잃었다. 그 후 '살인마의 부모, 역사상 최악의 엄마'라 불리며 세상에서 철저히 소외되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원망하지 않고 16년 동안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기억나느 ㄴ사건들과 일기에서 단서를 찾으려고 애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살 예방을 위한 봉사와 뇌 문제에 관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자녀를 잃은 부모들을 위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피해자들의 부모를 찾아가 사죄하거나 편지를 써 마음을달래기도하고 같은 처지에 놓인 부모들을 만나 돕는 일도 했다.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을 대하는 그녀의 바른 성품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동발달과 아동심리를 공부하고 무엇보다도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인권과 예절에 대해 잘 가르쳐왔다고 믿어왔다고 했다. 


" 시간이 흐르면서 딜런이 스스로 남들에게 자기 혼자 힘으로 잘해나간다는 확신을 주려고 했던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딜런이 어릴 때부터 보였던 타고난 성격이었다. 어렸을 때에는 그런 면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딜런이 삶의 막바지에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할지 몰랐으니 말이다. "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머리에 남아 신경이 쓰이던 구절이다. 책도 보고 전문가의 강의도 보며 나름 양질의 육아를 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나는 이 구절을 읽고 '잘' 키우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아야만 했다. 완벽한 육아를 했던 딜런의 엄마가 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아픔을 완벽하게 숨기고 연기할 수 있는 아이로 만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딜런이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철저히 숨기고 마음 속 괴물을 만들어 많은 사람과 자신의 삶을 끝낸 원인은 아이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완벽하게 자랐음에 만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큰 트러블 없이 잘 자랐겠지만 자신의 실패나 좌절을 건강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방법은 가르치지 못한 것 같다. '스스로 잘하는 아이'라 무엇이든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부모에게 자신이 힘든 상태이니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딜런의 엄마는 결국 키우기 쉬운 아이로 자란 딜런의 깊은 우울감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내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 녀석들이 언젠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순간에 나를 떠올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 적이 있다. 상상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아린다. 


" 우리 아들이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도 저지른 것이지만 우리에게 단 한마디 설명도 없이 그랬다는 게 더 아팠다. 메모 한장이라도 남겼다면, 아무리 간략한 것이라도 달랐을 것이다. " '어떻게 아이가 그런 계획을 세우는데 모를 수가 있어요?'라는 질문이 가장 가슴 아프고,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했다. 엄마들은 아이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가해자를 두둔하고 싶을 만큼 납득이 된다. 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하나 있다. 총기사건이 있기 전 딜런은 또다른 가해자인 에릭과 사고를 친 적 이있다. 그 후 한동안 딜런의 방을 뒤지며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했다. 그리고 안심을 하고 잠시 멈췄고 그 후 총기사건이 일어났다. 딜런의 엄마는 아이 방을 뒤지는 것을 중단했기 때문에 대학살을 미리 막지 못한 것이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말썽 이후 방을 뒤진 행동이 딜런의 마음을 멀어지게 했고, 비극을 더욱 완벽한 계획 속에 준비할 수 밖에 없도록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삼엄한 경계 속에서 우리의 사고와 감각은 더욱 예민하고 치밀해질테니 말이다. 


훌륭한 아이를 만들기 휘한 육아책이 범람한다. 나도 나쁜 엄마 마케팅의 호구로 좋은 엄마가 되어 좋은 아이를 만들기 위해 육아서적을 사들인 사람이다. 육아에 정담은 없겠지만 적어도 전문가들이 말한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면 내 아이만큼은 잘 자랄 것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아이를 어떠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보다 함께 호흡하고 사는 동안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지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충분히 표현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감정을 읽고 편안하게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겪게 될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자신을 건강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간다면 딜런을 꼭 안아주고 싶다는 표현에 가슴이 먹먹하다. 그저 뜨겁게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딜런은 다른 선택을 했을지 모르니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저자 장지글러 / 역자 유영미 

출판사 갈라파고스 

출판일 2016.03.21 

원저 La faim dans le monde expliquee a mon fils 


바쁜 스케줄로 일에 관련된 책읽기에도 벅차다는 핑계로 자기계발서나 일 관련 서적만 가려 읽다 어느 날 문득, 점점 무식해지고 있는 듯한 나를 발견하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어야게다는 마음을 먹었었던 적이 있다. 그 후로도 쉽게 도전이 되지 않는 분야가 꽤 있어 그나마 소설과 에세이정도의 가벼운 책에만 손을 옮긴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서점에서 지인을 만났다가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처음 받았을 때 제목을 보고 책의 분위기를 보아 몇 달을 집중해도 나는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자학하며 책장을 열었다. 의외로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인 저자가 아들과의 대화혀식으로 쉽게 풀이가 되어 있었다. (매우 똑똑한 아들로 추정됨) 


저자는 기아의 실태를 소상히 기록하고 있고 당연히 '가난함'이 기근의 이유라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한 추측을 깨고 사막화나 자연재해 뿐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경쟁관계와 부패, 이념 싸움 등 복잡하고 무수히 많은 원인을 밝히고 있다. 기아의 실태도 놀라웠지만, 그 반대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상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량의 양은 전세계인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근은 과잉인구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라고 생각하는 논리가 꽤나 인정받고 있고하고,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을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있다. 곡물의 가격조정을 위해 부유한 나라들은 식량을 대량으로 폐기처분하기도 하며, 북한에 대한 기아원조 가운데 1/3~1/2정도는 군부 및 비밀경찰이 가로챈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부유한 국가 및 국제 기업에서는 식량을 무기로써 약자를 지배하고, 부유한 국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난한 나라가 자립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는 내용이다. 


신자유주의의 경제원리가 넘치는 자원으로 배부른 자를 더 배부르게 하고, 사막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와 내전과 권력 구조에 의해 배고픈자들을 더욱 배고프게 만드는다는 것과 이를 교육에서 제대로 가르쳐주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지구의 인구 밀도가 높아질 때 자연이 과잉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스스로 재해를 통해 생물을 제거하고 기근을 만든다는 논리가 인정받고 있다. 하긴, 나도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남자의 비율이 여자의 비율보다 상대적으로 많아지면 음양의 조화가 깨져서 전쟁이 일어나 자연스럽게 조절된다'는 당황스러운 교육을 매우 진지하게 받은 기억이 난다. 제대로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모든 제도와 법, 교육 등이 기득권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되어져있다. 솔직히 돈 모으고 성공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의 1인으로서 이러한 경제구조를 마냥 인정해왔던 것 같아 부끄러웠다. 배고픈 적도, 불이익을 받은 적도 없어 신자유주의가 주는 장점만 보아온 철없음. 젊은 시절 유니세프 후원을 꾸준히 했다.  옮긴이가 말한 것처럼 내게 크지 않은 돈이 그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낭만적 도움'의 일환이었을 뿐이다. 저자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 원조보다는 개혁, 인프라정비'에는 내 크게 도움은 안되겠으나 보다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책 선물한 자가 책 읽은 소감을 묻길래 '이 책 나한테 왜 줬어? 다이어트한다고 밥 안먹으니까 음식남기지 말라고 준거야?'하며 장난처럼 답하고 말았지만 덕분에 의미 있는 고민을 하고 새로운 관심 분야가 생겨 감사한 마음이다. 



+ Recent posts